UEFA의 이중 잣대, 축구가 아닌 정치가 기준이 된 순간
2025년 9월 5일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의 최근 재정 결정이 유럽 전역에서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 하나다. 우크라이나에는 외면한 ‘연대지원금’을 러시아에는 거액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행정상의 판단이라 보기에는 그 규모와 시점이 너무나도 민감하다.
지원금 지급의 본질과 목적
UEFA는 유럽 축구 발전을 위해 각국 축구협회에 ‘연대지원금’을 배정해왔다. 이는 대부분 아마추어 및 유소년 시스템 강화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각 국가의 안정적인 축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 기반이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축구협회에는 2023년~2024년 회계 연도 기준으로 약 1,750만 유로, 한화로 약 175억 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2025-09-05 기준 환율 기준). 반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면적인 전쟁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에는 같은 항목으로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UEFA의 모순
UEFA는 그동안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FIFA와 UEFA는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에 대한 출전 정지를 결정하면서도, 연대지원금은 꾸준히 집행해온 것이다.
심지어 2022년 이후 러시아 클럽들은 UEFA 주관 대회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금액은 “축구 시스템 유지”라는 명목 하에 전달됐다. 이와 대비되게, 전쟁의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는 경기력 유지, 인프라 파괴, 선수 및 지도자 해외 이탈 등의 심각한 피해를 입고도 단 한 차례도 유사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재정 내역 비교: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국가 | 2023~2024 회계연도 지원금 | 국제대회 출전 여부 | 전시 피해 여부 |
---|---|---|---|
러시아 | 약 175억 원 | 출전 금지 | 없음 |
우크라이나 | 0원 | 부분 출전 | 전면 피해 |
“축구는 정치가 아니다?” 현장과의 괴리
UEFA는 반복적으로 “축구는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원금 배분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인해 많은 유소년 축구장이 파괴되고 코치 및 선수들이 해외로 탈출해야 했던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외면한 채, 침공 국가에 대한 자금 지원은 정치적 중립이 아닌 방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중 잣대는 국제 축구계의 신뢰도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여러 유럽 국가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이미 UEFA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일부는 독자적인 지원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축구는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라는 현실
스포츠는 때때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어왔다. 올림픽 보이콧, 흑인 인권 시위, 전쟁 중지 요청 등 역사는 수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하지만 UEFA는 여전히 자신들의 행위가 “비정치적”이라 주장한다.
그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수십억 원의 지원이 침략 국가에 흘러가고, 피해국에는 아무런 구제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결정은 정치다. 아무리 ‘시스템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워도, 그것은 철저히 선택적 지원일 뿐이다.
실질적 피해와 공백
2025년 현재, 우크라이나 내 유소년 리그는 절반 이상이 중단되었으며, 국내 프로리그조차 안전상의 이유로 경기 일정을 단축하고 있다. 인프라는 이미 파괴된 상태이며, 국제 대회 출전도 일부 국가에서의 제한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EFA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확하다. 하지만 그 결정은 완전히 반대로 흘렀다. 그리고 이는 단지 금전적 문제를 넘어서, 축구가 추구하는 연대와 공정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변명보다 필요한 건 기준의 일관성
러시아에 대한 지원은 UEFA가 기존의 재정 정책을 형식적으로 적용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는 특별한 판단이 필요하다. 수많은 유럽 스포츠 기관이 러시아에 대한 거래를 중단하거나 재고하고 있는 가운데, UEFA는 왜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이제 축구계는 질문해야 한다. 진정으로 정치적 중립이란 무엇이며, 공정한 지원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단지 형식적인 규정을 따르는 것이 중립이라면, 그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